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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아 2025 HCR (Highly Cited Researcher)로 선정된 밀롯 미르디타 교수는 단백질 구조 예측 도구 ‘ColabFold’ 개발에 참여하며 생명의 작동 원리를 밝히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 우리 대학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해 새로운 연구와 교육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보자.
의학과 밀롯미르디타 교수
생명의 실행자라고도 불리는 단백질의 구조를 이해하는 일은 곧 생명의 퍼즐을 푸는 과정과도 같다. 오랫동안 수많은 과학자의 실험과 연구 대상이 되어 왔던 이 문제는 이제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인간의 언어를 학습하던 AI는 이제 단백질이라는 생명의 언어까지 해독하며 생명과학 연구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밀롯 미르디타 교수가 서 있다.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으로 인정받아 2025 HCR (Highly Cited Researcher)로 선정된 그는 단백질 구조 예측 도구 ‘ColabFold’ 개발에 참여하며 생명의 작동 원리를 밝히는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3월, 우리 대학 의과대학 교수로 부임해 새로운 연구와 교육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그의 이야기에 함께 귀 기울여 보자.
안녕하세요. 저는 성균관대학교 의학과 교수로 부임하게 된 밀롯 미르디타 교수입니다.
현재 우리 대학에서 생물정보학과 머신러닝에 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생물정보학뿐만 아니라 머신러닝과 컴퓨터과학 분야 또한 연구하셨는데요, 생물정보학을 연구하기로 하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사실 처음 제 관심사는 프로그래밍 분야에 더 가까웠고, 생물학은 한동안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한 핑계 같은 존재였습니다. 물론 이제는 생물학 자체가 더 흥미로운 부분이 되긴 했지만요. 생물학에 더 흥미를 느끼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실제로 사용되는 걸 보면서 점점 생물학이라는 분야 그 자체에 자연스러운 흥미가 생기게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에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가 흥미로웠다면, 이제는 ‘목적을 가지고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해졌고, 이제는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고자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 독일과 한국에서 모두 연구를 진행하셨는데요, 두 연구 환경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나 차이점이 있나요?
독일의 연구 환경은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막스플랑크 연구소 같은 기관이나 오래된 대학들의 연구 환경은 굉장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막스플랑크에서 큰 장점이라고 느꼈던 점은 바로 글로벌한 환경이었습니다. 다양한 문화권 출신의 학생들과 교수진을 계속 접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저는 한국의 연구 환경도 정말 좋아합니다. 굉장히 역동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독일은 흔히 말하는 관료주의적인 면이 실제로 존재하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한국이 훨씬 앞서 있다고 느낍니다.
또 한국은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한동안 이스라엘과 함께 1인당 R&D 투자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요. 그런 점들 때문에 한국은 연구하기에 매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수준이 정말 뛰어납니다. 서울대학교에서 연구를 진행했을 당시에 제가 있었던 마틴 교수님의 연구실도 굉장히 훌륭한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저도 이제 비슷한 수준의 연구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 계속해서 한국에서, 특히 우리 대학에서 연구를 이어 나가기로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한국의 연구 환경만이 갖고 있는 강점에서 큰 메리트를 느꼈습니다. 훌륭한 학생들도 정말 많고, 연구비 지원 시스템도 꽤 좋은 편이라고 여겨집니다. 비교적 관료적인 다른 나라들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한국의 제도는 훨씬 효율적인 편이기도 하고, 전반적인 접근성 또한 뛰어납니다. 마침, 옆 연구실에 계신 김경규 교수님이 직접 연락을 주셔서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구를 이어 가게 되었습니다. 캠퍼스도 아름답고, 제 연구를 해 나가기 좋은 환경이라고 느꼈습니다.
▲ 스타이네거 연구실 재직 당시 모습
| 생물정보학이라는 분야는 비전공자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올 수도 있을 듯한데요, 간단하게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 관해 설명해 주세요.
제 연구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단백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단백질 자체뿐만 아니라, 단백질의 기능과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조작해서 인류 건강을 개선할 수 있는지도 연구합니다. 단백질 연구 분야는 인공지능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데, 알고리즘을 이용해 단백질을 분석하고 비교하면 아주 먼 진화의 과거까지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타임머신 같은 거죠.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단백질을 통해서 그 연결성을 아주 직접적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수십억 년 전의 공통 조상까지도 단백질 구조나 서열에서 흔적이 남아 있거든요. 형태나 유전체는 훨씬 빨리 달라지지만, 단백질은 굉장히 오래된 흔적까지 보여줍니다. 이러한 부분들 때문에 생물정보학 연구는 매우 흥미로운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최근 2025 HCR (Highly Cited Researcher)*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가 이렇게 널리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희 연구와 소프트웨어가 좋은 반응을 얻은 이유는 무엇보다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연구용 소프트웨어는 학생 한 명이 그것을 서버에 올려 둔 후, 그가 졸업하고 나면 그대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후 다른 학생이 다시 그것을 실행하려고 몇 주간 씨름하다가 결국 실패하는 경우가 빈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와 마틴 교수님은 소프트웨어를 장기적으로 유지 및 관리하고 사람들의 문의에도 꾸준히 답변함으로써 사람들이 이 연구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런 장기적인 노력이 이 연구의 영향력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합니다.
▲ 2025 HCR
주목받는 또 다른 연구로는 ColabFold*가 있는데요, 사실 ColabFold는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달성할 수 있었던 성과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이미 다른 프로젝트를 위해 기본 인프라를 어느 정도 구축해 둔 상태였는데, AlphaFold*가 이렇게까지 큰 반향을 일으킬 줄은 몰랐습니다. 그때 한 연구자가 Google Colab 환경에서 AlphaFold를 실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우리 팀이 기존에 갖고 있던 기술을 이와 연결하면 훨씬 더 유용한 도구를 만들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며칠간 집중적으로 작업해 첫 버전을 공개했고, DeepMind가 일반 사용자용 코드를 정식 공개하기 직전에 ColabFold를 먼저 배포할 수 있었습니다.
▲ ColabFold 로고
이후 ColabFold는 빠르게 확산하며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현재도 단백질 구조 예측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서열을 입력하고 실행 버튼만 누르면 몇 분 안에 구조 예측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지금도 하루에 약 6만~8만 건의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이는 다른 주요 서버들과 비교해도 매우 큰 규모입니다.
*HCR(Highly Cited Researcher):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발표하는 세계 상위 피인용 연구자 선정으로,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연구 영향력을 인정받은 연구자에게 주어진다.
*ColabFold: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 코딩 환경인 Google Colab을 통해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AI인 '알파폴드(AlphaFold)'를 웹 브라우저에서 쉽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
*AlphaFold: 구글 딥마인드(DeepMind)가 개발한 AI 기반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기술
| 교수님이 개발하신 ColabFold, FoldSeek 같은 도구들은 대부분 오픈소스 형태로 공개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었나요?
저는 오픈소스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제 연구 대부분은 공공 자금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연구 결과 역시 다시 대중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오픈소스 도구는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뛰어납니다. 저는 사람들이 제 소프트웨어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지를 제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또, 코드가 공개되면 다른 사람들이 도구의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고, 제 허락 없이도 자유롭게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제가 연구 방향을 통제하지 않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창조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제 소프트웨어가 가능한 한 널리 활용되길 바랍니다.
| 이런 소프트웨어와 연구 도구의 개발을 통해 지향하고자 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개발한 도구들을 이용해 사람들이 멋진 연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연구를 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고, 생명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생명공학적으로 가치 있는 효소가 발견되는 등 다양한 연구에 이바지할 수 있는 도구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연구자들의 삶이 조금 더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프로그램 설치에 관한 문제로 며칠씩 고생하지 않고, 바로 연구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 생물정보학은 인공지능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학문 분야 중 하나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I 도구들이 이후 단백질 구조 예측이나 학문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시나요?
지금은 아무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도 학회에서나 주변 연구자들과 이 이야기를 많이 하곤 합니다. 원래 구조 생물정보학 분야는 그렇게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었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백질 구조 연구 분야를 떠나 유전체학으로 가야 하나?”를 고민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단백질 언어 모델과 AlphaFold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단백질 구조 예측 자체가 하나의 가설이 되고, 그 가설을 바탕으로, 훨씬 효율적으로 실험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도 가능했던 일이지만, 이제는 훨씬 더 야심 찬 시도를 할 수 있게 되었죠.
LLM은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코드를 작성하는 데는 굉장히 강력한 도구이지만, 여전히 사람이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새로운 연구자들이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예전에는 코딩 프로젝트나 논문을 직접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이 길러졌는데, AI는 그 숙련의 과정을 어느 정도 없애 버립니다. 그래서 앞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깊은 숙련도를 쌓게 될지는 아직 저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AI는 분명 강력한 도구이고, 저 역시 학생들이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자 합니다.
| 지난 3월, 우리 학교 의학과 교수로 부임하셨습니다.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육자로서, 또는 연구자로서 이루고자 하시는 목표가 있으신가요?
우선은 좋은 연구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연구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계속해서 성공적인 연구를 이어 나가고 싶은 마음도 있고요. 제 연구실에서 나오는 자원들이 널리 사용되고, 더 나아가 인류 전체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장기적으로는 단백질을 더 깊이 이해하고, 그것이 인간이나 다른 생물체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밝혀서 실제 삶을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 교수님의 연구실은 어떤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방향으로 연구실을 끌어 나가실 계획인가요?
이제 막 연구실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참인데요, 현재 세 명의 학생과 함께 프로젝트를 천천히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로 생물학적 분석을 위한 도구 및 방법론 개발에 관한 연구로 잘 알려져 있는데, 앞으로 제 연구실에서 비슷한 연구 방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또한 이제는 제가 의과대학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아직 막 시작한 단계이기는 하지만, 병원들과 협력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성균관대학교 안에도 흥미로운 데이터가 정말 많고, 이러한 데이터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니까요.
현재는 바이러스 관련 신약 개발 프로젝트나, 시스템생물학과 구조생물학을 더 긴밀하게 연결하려는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입니다. 결국 제 목표는 연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고, 실제로 도움이 되며, 영향력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 생물학과 의생명과학 연구를 더 빠르게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균관대학교 학우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I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무섭기도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흥미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어떤 분야에서든 경험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미가 되었든 연구가 되었든, 여러분이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이 결국 여러분을 더 나은 인간이자 연구자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대학 학생들이 계속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의 관심사를 따라가고, 연구자이자 좋은 인간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균형 잡힌 사람이라면 어떤 시대에서든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추고 있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취재: <성균웹진> 정수연 기자 / 편집: <성균웹진> 김유림 기자